내가 대구에서 군생활을 하던 93년부터 95년. 그 중 말년인 95년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구 공군기지 광성대 성당의 주임신부님은 이영배 안토니오 신부님이셨다.
아마 그 당시 광성대 성당 신자분들은 잊지 못하셨으리라 생각한다. (신부님 당시 계급 공군소령)
나름대로 군생활 중에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도 하고, 전례 봉사도 하면서 신부님과 연을 맺게 되고 신부님과 술도 가끔 마시고 당시 군종병이었던 수사님과도 가깝게 지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가끔 그 수사님이 생각이 난다. 잘 지내시겠지...
내가 제대할 무렵 현재 평화방송 사장이신 조정래 시몬 신부님이 부임하셨기에 짧은 인연은 거기서 끝나는 줄.... 알았는데...
내가 군 제대 후, 학업을 마치고 결혼을 하고 수원 교구에 터를 잡고 보니 나중에 알게 되었다. 안토니오 신부님의 원래 교구가 수원교구였음을.
안토니오 신부님께서 대령까지 하시고 제대를 하신 후 수원교구로 돌아오셨을 때 신부님의 낯익은 이름을 수원교구 주보에서 뵈었을 때 참 반가웠다.
그러나 막상 나의 게으른 천성 때문에 신부님을 찾아뵙거나 그러진 못했고... 그냥 저냥 신부님이 교구에서 일하신다는 소식만 전해듣고 있었는데 어느날 주보에서 신부님의 휴양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때는 왜 휴양하셨는지도 잘 몰랐다.
그리고 우리 본당에 김한철 율리아노 신부님께서 오시고 신부님과 대화할 기회가 생길 때 우연히 안토니오 신부님 말씀을 드렸을 때 율리아노 신부님께서 안토니오 신부님과 동기임을 알게 되었고, 그 때 대장암으로 투병하셨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참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재미있는 것이...
안토니오 신부님께서 우리 본당에 사순 특강을 위해 오신 것이다. 주보에서 안토니오 신부님의 특강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갑고 기쁜 나머지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그 날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날이 되어 특강하시던 날, 성당에서 특강하시는 안토니오 신부님을 뵈었을 때 만감이 교차해왔다. 내 젊은 날, 철없고 어리석던(물론 지금도 어리석지만) 시절 신부님을 뵙고 같이 광성대 성당에서 활동했던 그 시절이 떠오르며, 솔직한 말로 강론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이미 그 시절에 내 나이 40대 중반. 20여년 전에 나를 신부님이 기억하실 리 없겠지만,(체중도 20kg 이상 불었고 얼굴도 많이 바뀌었기에) 그래도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강론 끝나고 신부님을 따로 뵈면서 여쭈어봤다.
"신부님 안녕하세요. 저 혹시 기억하시나요?"
"누구더라? 근데 얼굴이 낯이 익네?"
"예전에 광성대 본당에서.... 전례도 하고... 했던 사병이었는데.. 예전에 엘라(같이 일했던 관사 형제님의 딸, 그 분의 어머님이 성모회장이어서 신부님이 기억할 듯 싶어서 얘기를 꺼냄) 자매님이랑 같이 교사도 하고..."
"아!! 그 때.. 기억난다. 어...! 그래 그 때도 전례하더니!"
"네 지금도 전례하고 있습니다. ㅎㅎㅎㅎ"
신부님 뵙는 순간 마음이 울컥하고 눈물이 날 뻔 했다.
안타깝게도 그 날이 신부님을 뵌 마지막 날이었다.
신부님의 부고를 듣고, 장례미사를 유튜브로 보면서 나즈막히 되뇌었다.
"신부님 하느님 나라에 잘 가세요~ 신부님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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