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 성하의 성소를 위한 기도
자비의 하느님 아버지,
당신께서는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당신의 아드님을 내주시고
당신 성령의 은사로 언제나 우리에게 힘을 주시는 분이시니,
우리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활기와 열정과 기쁨이 넘치고,
형제적인 삶의 원천이 되며,
젊은이들에게 당신과 복음화를 위한
자기 봉헌의 원의를 불러일으키도록 하여주소서.
적절한 성소 교리 교육과 개별적인 봉헌의 길들을 제시하는
우리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노력에
힘을 돋우어 주소서.
성소 식별에 필요한 지혜를 주시어
당신의 위대한 자비로운 사랑이 모든 것을 비추게 하소서.
어머니로서 예수님을 돌보신 마리아님의 전구를 통하여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성령의 힘으로 부요해져서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을 위한 참다운 성소의 원천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사도의 모후이신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담화] 2016년 제53차 성소주일 교황 담화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모든 세례 받은 이가 자비의 특별 희년을 지내며 교회에 속해 있는 기쁨을 체험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모든 직분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 성소는 하느님 백성의 품안에서 생겨나며 하느님 자비의 선물이라는 것을 다시 발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교회는 자비의 집으로 성소가 싹트고 자라나서 열매를 맺도록 해주는 토양이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제53차 성소 주일을 맞아 저는 여러분 모두가 사도직 공동체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보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소 여정에서 공동체가 하는 역할에 대하여 감사할 것을 권유합니다. 저는 자비의 특별 희년 선포 칙서에서 “자비로이 부르시니”(miserando atque eligendo)를 언급하였습니다(칙서 「자비의 얼굴」, 8항 참조). 이는 예수님께서 마태오 성인을 부르신 것에 관하여 베다 성인이 한 강론에 나온 말입니다. 주님께서는 자비로운 활동으로 우리 죄를 용서해 주시고 우리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십니다. 이 삶은 제자직의 부르심을 받아 파견되는 것으로 구체화됩니다. 교회 안의 모든 성소는 예수님의 자비로운 눈길에서 시작됩니다. 회개와 성소는 동전의 양면과 같으며, 선교하는 제자들의 삶에 늘 함께합니다.
바오로 6세 복자는 교황 권고 「현대의 복음 선교」(Evangelii Nuntiandi)에서 복음화 과정의 여러 단계를 설명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소속되는 것입니다(「현대의 복음 선교」, 23항 참조). 그리스도인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비로소 신앙의 증언과 주님 자비의 명백한 선포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렇게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속하게 되면 우리는 교회 생활의 모든 부요, 특히 성사들을 누리게 됩니다. 사실 교회는 우리 신앙의 자리일 뿐만 아니라 우리 믿음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도 신경에서 ‘교회를 믿나이다.’라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공동체의 중재를 통하여 우리를 부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교회의 일원이 되라고 부르시고, 우리가 교회 안에서 어느 정도 성숙해지고 나면 우리에게 구체적인 성소를 부여하십니다. 성소의 여정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형제자매들과 함께 이루어집니다. 이는 공동 성소인 것입니다. 교회에서 힘을 얻은 성소는 무관심과 개인주의에 맞서게 됩니다. 교회의 힘은 사랑으로 무관심을 극복하는 공동체를 이룹니다. 우리가 자신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을 하느님 계획에 바치고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의 역사에 참여하도록 해주기 때문입니다.
성소를 위하여 기도하는 이날, 저는 모든 신자가 성소를 돌보고 식별하는 책임을 지도록 권유합니다. 사도들이 유다 이스카리옷을 대신할 사람을 찾고 있을 때, 베드로 성인은 백스무 명가량 되는 형제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였습니다(사도 1,15 참조). 또한 봉사자 일곱 명을 뽑으려고 제자들의 공동체를 불러 모으기도 하였습니다(사도 6,2 참조). 바오로 성인은 티토에게 원로 선발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알려주었습니다(티토 1,5-9 참조). 오늘날에도 여전히 성소의 시작과 양성과 지속에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늘 함께합니다(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107항 참조).
성소는 교회 안에서 생겨납니다. 성소가 나타날 때부터 적절한 교회 감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누구라도 특정 지역이나 교회 단체 또는 운동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교회와 세상을 위해서 부름을 받습니다. “참다운 은사의 확실한 표징은 그 교회적인 특성에 있습니다. 곧 모든 이의 선익을 위하여 하느님께 충실한 거룩한 백성의 삶에 조화롭게 통합되는 그 역량에 있습니다”(「복음의 기쁨」, 130항). 젊은이들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자신의 교회적 지평이 넓어지는 것을 깨달아 다양한 은사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좀 더 객관적인 식별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하여 공동체는 성소가 생겨나는 가정과 가족이 됩니다. 성소 지원자들은 이러한 공동체의 중재를 자신들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기며 감사히 생각합니다. 이들은 자신들과 다른 길을 가는 형제자매들을 사귀고 사랑하는 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대는 모든 이의 친교를 강화시켜 줍니다.
성소는 교회 안에서 성장합니다. 다양한 성소들의 지원자들은 양성 과정에서 교회 공동체에 관한 지식을 키워, 누구나 처음에 지니게 되는 제한된 시각을 극복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사도적 경험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자면, 좋은 교리 교사와 함께하여 그리스도 메시지를 전하거나, 수도 공동체와 함께하여 변두리의 복음화를 경험하고 봉쇄 생활로 관상의 보화를 발견하거나, 선교사들과 함께하여 만민 선교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배우거나, 본당 사제와 함께하여 본당과 교구에서 사목 생활의 체험을 깊이 하는 것입니다. 이미 양성 과정에 있는 이들에게 교회 공동체는 늘 근본적인 양성 환경이 됩니다. 이에 대하여 그들은 감사하여야 합니다.
성소는 교회에서 힘을 얻습니다. 결정적인 서약 이후에도, 교회 안에서의 성소 여정은 끝난 것이 아니라 봉사 의지, 인내, 평생 교육을 통하여 지속됩니다. 주님께 자신의 삶을 봉헌한 사람은 교회가 필요로 하면 어디에서든 기꺼이 교회를 위하여 봉사하고자 합니다. 바오로와 바르나바의 파견은 교회를 위한 이러한 봉사 의지의 모범이 됩니다. 성령과 안티오키아 공동체가 파견한(사도 13,1 참조) 그들은 다시 그 공동체로 돌아와 주님께서 그들을 통하여 하셨던 일들을 설명하였습니다(사도 14,27 참조).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선교사들의 동반자와 힘이 되어 줍니다. 이 공동체는 언제나 생생한 기준이 되며 영원한 생명을 향하여 순례하고 있는 모든 이를 보호하는 가시적인 고향과도 같습니다.
사목 활동에 종사하는 이들 가운데, 사제들이 특히 중요합니다. 사제들은 자기 직무를 수행하면서 다음과 같은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합니다. “나는 양들의 문이다. …… 나는 착한 목자이다”(요한 10,7.11). 성소 사목은 사제 직무의 핵심에 속합니다. 사제들은 성소를 찾고 있는 이들과 하느님과 공동체를 위하여 이미 자신의 삶을 봉헌한 이들을 도와줍니다.
모든 믿는 이는 성소의 교회적 역동성을 이해하도록 요청받습니다. 이를 통하여 신앙 공동체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모범에 따라 성령의 은사를 환대하는 모태와 같이 될 수 있습니다(루카 1,35-38 참조). 교회의 모성은 성소를 위한 지속적인 기도와 하느님의 부르심을 깨달은 모든 이를 위한 교육 활동과 동행으로 드러납니다. 이 모성은 또한 사제직과 봉헌 생활의 후보자들을 신중하게 선발하는 것으로도 나타납니다. 끝으로, 교회는 타인을 위하여 자신의 삶을 바친 이들을 지속적으로 도우며 성소의 어머니가 됩니다.
성소 여정에 있는 모든 이가 교회에 대한 강한 소속감을 지니도록 주님께 간청합시다. 또한 목자들과 모든 믿는 이가 친교와 식별과 영적 부성과 모성을 강화하도록 성령께 간청합시다.